신혼일기

[난임일기 #.1] 신혼 1년, 난임을 진단 받다.

봄이곰(bom2gom) 2024. 3. 11. 15:59

나는 난임이다. 진단을 받았을 때는 사실 불임이 아니어서 혹은 원인을 알 수가 없는 상태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초긍정적인 생각을 했었다. 현재는 시험관 1차를 진행 중에 있다.
 
난임에 대해서 여러 정보가 쏟아지는데 나와 딱 맞는 케이스를 찾는 건 사실 어렵다. 난임의 원인도 다양하고 아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난자를 채취하더라도 몇 개인지, 질은 어떤지 등등 조금이라도 다 다르기 때문에 정보를 찾아볼 때는 항상 참고만 하지 감정을 소모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 주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은 필수 ] 

나의 케이스를 말하자면 이렇다. 
 
1. 초경을 일찍 했다. 20살 전까지는 극심한 두통을 동반한 월경 전 증후군으로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생리 주기가 짧은 편이고 양은 많았다.
2. 20살 이후로는 27일 주기의 규칙적인 주기, 사라진 두통, 조금 줄어든 진통제, 양은 동일했다.
3. 30살 이후로는 양이 조금 줄어들었으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4. 산부인과 검진은 규칙적으로 받았다. 
5. 결혼 8개월 전 받은 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으나 신혼여행 다녀온 후 오른쪽 사타구니 불편감과 피 비침으로 부인과 검진을 받았는데 4cm 정도의 물혹, 0.2cm 근종 발견, 경과 관찰 후 2개월 뒤 재검진 시 물혹이 사라졌다. 
6. 6개월 뒤 재검에서도 문제가 없어 피임 중단, 자연임신 시도를 했다. 보건소 산전검사 완료한 상태였다.
7. 나는 35세 이상의 고령, 남편은 아래로 7살 차이, 6개월 자연임신 끝에 난임 병원 방문을 결정하였다.
 
배란일 테스트기를 이용해서 시도했지만 솔직히 딱딱 맞춘 적도 많지 않고 주변에서 1년 정도 자연임신 시도해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나 내 나이도 임신하기에는 적은 나이가 아니고, 당시 검색하다가 처음 알게 된 난소기능검사를 해보고 여러 정밀 검사 끝에 문제가 없다면 그럴 생각으로 방문하였다.
 
혈액 검사와 나팔관 조영술을 시행한 결과 다른 곳에는 특별히 이상 없었으며 근종도 0.2cm 그대로, 다만 난소기능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AMH 수치 1.06(40대의 난소나이)으로 아이를 원한다면 바로 시험관 시행해야 할 케이스였다.
 
왜 그간 AMH 검사를 받지 않았냐고 물으면, 사실 권유받은 적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으며 엄마의 근종 이력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만 예민했었으며 내가 결혼하고 임신을 계획할 거란 생각을 못 했었다.
 

[ 난임병원 가기 전 준비했던 것들 ] 

난임병원 선정기준은 가깝지만 전문이어야 하는 병원이었다.
 
생각보다 자주 방문하게 되는 난임병원이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으려면 집이든 회사에서든 가까워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결혼 후 상경해서 밥벌이를 위해 바로 취직했던 것이 계약직이어서 계약이 종료되자마자 방문하였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결정하였다. 경찰병원역 쪽에 있는 송파 마리아플러스라는 난임병원이었다.
 

 
 
무턱대고 전화부터 했다. 초진이고 예약을 하려고 전화했다 하니 잠시 후에 담당자가 전화를 할 것이니 꼭 받아달라는 안내를 받고 대기했다.
 
20분 뒤 받은 전화에서 원하는 원장님이나 날짜 등을 물어보셨다.
 
원하는 원장님 특별히 없고 날짜는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원장님 선택 후기를 보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뭔가 진료를 볼 때 성향을 좀 타는 것 같아서 그냥 정해주는 대로 다녀보고 나중에라도 바꾸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기 전 필요로 했던 것들이 있었다.
 
보건소에서 받았던 산전 검사 결과지(남편 포함), 산전 검사받았던 날짜, 그리고 최근 6개월 간 생리 주기(나는 어플에 생리 주기나 이벤트를 기록해 놓았기 때문에 어플을 보면서 상담함)를 알고 가는 것이다.
 

[ 예약 후 방문 시 혈액검사, 소변 검사, 나팔관 조영술, 정자 검사 ] 

 

 
 
생리 첫날 병원을 방문하였고 금식이 특별히 필요 없었으며 혈액 검사, 소변 검사로 진행되었다.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나 혼자 방문하였다. 설문조사와 상담으로 시간이 꽤 걸렸는데 혼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그 주 토요일 정자 검사를 위해 내원하였고 나 또한 결과를 듣기 위해 내원했다.
 
남편에게는 문제없이 좋은 결과가 나왔고 나 같은 경우 AMH 수치 빼고는 비타민D, 호르몬, 초음파 등의 검사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AMH 수치 결과가 시험관을 결정하는데 큰 요소였다.
 
그리고 생리가 끝나고 2일째 되는 날 나팔관 조영술을 시행하였다.
 
나팔관 조영술은 자궁난관조영술이라고도 하는데 생리 첫날 예약해야한다. 전화로 해야하는데 나같은 경우는 첫 날 내원했기 때문에 진료가 끝나고 간호사가 예약을 도와주었다.
 

[ 어마무시한 나팔관조영술 후기들 ] 

엄청 아프다는 후기가 많아서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 한 타임에 5명 정도로 부원장님이 시행한다고 했다. 
 

 
 
친절한 설명, 옷 갈아입는 것까지 한 명씩 배려주고 안정감을 주신다. 그래도 긴장된다. 
 
가운을 입고 촬영대에 누워 시키는 대로 자세를 취하려 했으나 조영제가 들어가면서 나는 움직이기를 포기했다.
 
배꼽 아래 생리통의 서너 배는 되는 통증이 훅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촬영대가 미끄러워서 어시하시는 분이 위아래로 휘리릭휘리릭 옮겨주셔서 감사하게도 검사는 차질 없이 진행됐고 대략 20초 정도의 통증이 끝나니 검사가 끝나 있었다.
 
바로 검사 결과를 들을 수 있는데 내 안색이 창백하고 식은땀이 나는 걸 보고 원장님과 간호사님이 앉아서 좀 쉬어도 된다고 걱정하셨다. 정신은 멀쩡했고 오히려 결과가 좋아서 안심했기 때문에 나는 괜찮다고 하며 다음 안내를 받았다.
 

 
어마어마한 후기들에서 나 또한 그런 후기들 비슷하게 겪을 줄은 몰랐지만 검사가 짧게 끝나서 참을만했다.
 
그리고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통증보다는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로 검사가 진행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 시험관 전 마지막 자연임신 시도 ] 

나팔관 조영술을 받고 얼마 뒤 진료 예약이 되어 있어 방문했다. 배란일을 위해 초음파 검진이 있던 날이다.
 
원장님이 배란일 맞춰서 마지막으로 해보고 안 되면 바로 시험관을 하자고 하셨고 혼인 신고 전이기 때문에 사실혼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와야 난임지원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자연임신은 성공하지 못했고 나는 사실혼 관계증명서 발급을 받으러 보건소를 방문하였다.
 

[ 난임병원 방문 시작부터 검사, 마지막 초음파 검사까지 진료비 ] 

검사는 개인마다 다르고 필요한 치료도 다르기 때문에 다 일치하지는 않는다. 원무과에 물어보면 난임 지원을 받으면 110만 원, 그리고 지원 없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건 약 90만 원 정도로 1차 시험관을 진행하는데 평균적으로 200만 원 정도 든다고 알려주었다.
 
더 드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일단 병원 방문부터 마지막 초음파 검사까지 영수증을 가지고 있어 대략 알 수 있었다.
 
(병원 내원 시 받은 안내지, 영수증, 서류들 모두 보관해 두자. 약국 영수증(약봉투)도 필수다.)
 
- 첫날은 검사료 68,600원에 비급여 검사료 20,170원 해서 88,770원으로 결제되었다.
- 남편 방문 시 혈액 검사와 정자 검사, 소변검사까지 다해서 128,770원으로 결제되었다.
- 나팔관 조영술을 하는 날에는 검사료 41,600원, 약제비 2,800원으로 결제되었다.
- 배란일을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던 날에는 37,900원이 결제되었다.
 
참고로 약국 이용 시 나는 열심히 해왔던 손목닥터 포인트나 송파사랑상품권을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작년에 충전해 두고 데이트할 때 사용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쓰이더라도 할인 금액으로 결제하니 기분은 좋았다.
 

[ 체계적인 시스템, 앞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개인적으로 마리아 플러스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느낀 건, 예약부터 진료, 검사 모두 체계화가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궁금하지만 묻지 않아도 알아서 말씀해주시거나 일을 순서대로 진행해 주신다.
 
안내를 다 듣고 나의 상황을 설명해도 최대한 조정해주려고 한다. 원장님, 간호사님도 내가 궁금해하는 점을 묻지 않아도 설명해주시는게 참 좋았다.
 
진료를 볼때도 딱히 궁금한 게 없을 정도로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에 매번 고개를 끄덕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나온다.
 
난자 채취 때 빼고는 아직까지 혼자 다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하고 운전해서 가면 발렛을 해주시기 때문에 편하다.
 
가면 뭐부터 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그러니까 난임 병원은 그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전문적이기 때문에 체계화도 잘 되어 있으니 마음을 먹고 병원을 결정했다면 전화부터 해보는 게 결국엔 마음이 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