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인 남자 친구 얼굴도 볼 겸 방문했던 정읍.
사실 지리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정읍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던 찰나, 거기서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유명하다던 한우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둘 다 결혼 준비때문에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기 어려워서 지쳐있던 때여서 어디든지 좋다고 생각했지만, 나만큼이나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회사 업무에 지장 없이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남자 친구의 몸보신을 위해서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 정육 식당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던 때 ]
내가 방문했던 정육 식당들은 하나같이 정육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일반 고깃집과 가격적인 부분에서 크게 차이를 못 느꼈었다.
정육점과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라서 더 저렴하거나 무척 신선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내가 가는 곳마다 가격은 그리 착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성비가 좋다는 여러 리뷰에도 불구하고 기대감 없이 '소고기'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방문하기로 했다.
산외 소연 정육식당은 입구도 넓고 안쪽으로 쭈욱 들어오면 공터 같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나같이 초행길인 사람들도 쉽게 찾고 주차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건물은 마주 보고 있는 2채. 하나는 정육식당으로 운영, 하나는 정육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일단은 활짝 열려 있는 정육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은 에어컨을 켜서 그런 건지 문이 닫혀 있었고 정육점은 사람들이 고기를 주문하고 받아가느라 활짝 열려 있었다.
사장님처럼 보이는데, 주문을 받으면 금방 썰어서 계산을 하고 주신다. 나와 남자 친구는 확실히 외지인. 나머지는 일하다가 식사하러 오신 분들, 금방이라도 집에서 나온듯한 편안한 차림의 사람들로 보아 동네 주민분들 아닌가 싶었다.
리뷰들 보다는 물가 상승에 따라 조금씩 오른 가격.
그래도 나는 너무나 착한 가격과 다른 분들이 고기를 썰어가는 접시의 고기 양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음 같아서는 엄마 모시고 왔으면 사골 한가득 샀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1년에 한 번은 사골을 대량 구매하시고 푹 고아 쟁여 놓으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남자 친구가 좋아하는 갈빗살, 차돌박이, 살치살, 등심을 주문했다.
그러자 사장님께서 하시는 말씀.
'두 분이서 드시는 거예요?'
'네~'
'어우... 양이 너무 많으실 것 같은데...'
'괘, 괜찮아요!'
차돌박이는 얇아서 포만감이 없다는 근거 없는 생각으로 남자 친구와 나는 사장님의 말씀에도 서로 한 번 쳐다만 봤을 뿐 빨리 먹고 싶어서 주문을 했다.
[ 차돌박이는 맛없기 힘들고 살치살은 사랑입니다. ]
상차림 비용 인당 오천 원.
대부분 정읍에 오면 꼭 육회비빔밥을 먹어봐야 한다고, 사실 구워 먹는 소보다도 유명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밥알로 위를 채우는 걸 과감하게 포기했다.
고기를 한가득 들고 온 우리가 앉자마자 세팅된 상차림.
상차림은 개인적으로 쌈 싸 먹을 수 있는 밑반찬 조합을 보는 편이다.
정읍 한우 산외 소연 정육식당_봄이곰(bom2gom)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다가 기본 쌈으로 먹다가 밑반찬의 여러 조합으로 매번 씹을 때마다 변화를 주는 걸 즐기는 편이랄까.
그러다가 내 입에 촥 감기는 조합을 찾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백김치는 마치 기름장처럼 쌈에 기본적으로 깔고 가게 되는 반찬이었고 빨간 도라지무침(?, 도라지 같지 않기도 했던... 근데 되게 맛있게 먹었는데 뭔지는 모르는 쌉쌀한 맛)은 기름진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다시 고기를 거의 처음 먹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저기 묵은지는 솔직히 밥도둑.
흰쌀밥 있었으면 1공 가능하게 만들 밑반찬이다. 참고로 리뷰들을 보다 보면 그때그때 밑반찬들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것 같다. 여하튼 만족했던 찬들.
진열된 걸 받아온 것이 아니라 부위와 그램을 얘기해주시면 바로 그 자리에서 꺼내서 썰어주시는 방식이라 고기의 신선도가 굉장히 좋았다.
등심-살치살과 갈빗살은 차돌박이 이불을 덮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영롱하게 고운 자태로 펼쳐져 있는 차돌박이를 보며 심장이 콩닥콩닥 거렸다.
일단 먼 길을 달려온 것이기 때문에 빨리 익는 차돌박이로 입가심을 하기로 했다.
아, 이런...!
먹기는 빨리 먹어야 하는데, 빨리 뒤집어서 입 속으로 넣어줘야 하는데 포스팅이 뭐라고 열심히 사진 찍느라 굽굽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응, 잘 가.......ㅠㅠㅠㅠㅠㅠ
이게 불판의 세기도 모르겠고 불 조절하는 법도 익숙지가 않은 터라 타이밍을 놓친 것도 있다.
직원분이 몇 분 안 계신데 열일 하고 계셔서 익힐 때 불러서 여쭤보는 것이 여의치가 않았다. 처음에 설명을 해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직원분이 먼저 불판이 이런 스타일이니 이렇게 하시라,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살짝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사실 밖에서 이렇게 굽굽할 일이 많은 편은 아니니까.
그래도 첫 판은 초크초크한 육즙이 이미 빠져버린 상태지만 그 뒤로는 열심히 구워 먹었다.
물론 이 불판에 적응하고 불 조절을 능숙해지기까지는 차돌박이, 갈빗살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으흥. 으흥. 으흥. 정말 맛있는 살치살.
마블링이 좋아서인지 입에서 정말 잘 씹히기도 했고 이때쯤 불판에 적응해서 뭔가 굽굽을 좀 잘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예열된 불판의 불 조절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백 번 다짐했다.
열심히 데굴데굴 굴려가면 익힌 마늘.
쌈의 단점은 포만감이다. 진짜 쌈 많이 싸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남아 있는 고기들이 아까워서 그냥 고기만 먹던 순간도 있었다.
왜 사장님께서 만류하시듯 말씀하셨는지 알게 됐던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포스팅하는데 정말 많이 쳐묵쳐묵 한 것 같다.
우리 어떻게 저렇게 먹었을까. 아주 뽕을 뽑으러 간 것 같았다. 그나마 그램을 얘기할 때는 남자 친구가 이성적으로 주문을 해주어서 다행이었다.
남자 친구가 주문을 하면 그래도 남기는 법은 거의 없으니까. (라고 하면 나를 왜 웃으면서 바라보는 건지 모르겠음)
정리를 하자면 고기의 신선도나 가격은 무척이나 만족했다.
아쉬웠던 부분은 직원 부족으로 뭘 주문하기가 꽤나 어려웠고 에어컨 자리를 잘못 잡아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불 조절을 잘 못해서인지 계속 연기를 흡입해서 힘들었다.
식당마다 불판도 다르고 불 조절도 다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다 열심히 고기 먹으러 밖으로 외식하면서 불판을 장악해볼까, 라는 생각도 했던...
또한 고기가 생각보다 질긴 부분도 있었다. 미식가나 고기에 대해서 전문가처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이 불 조절과 같이 굽기 실패일 수도 있고 손질 문제 혹은 원래 그런 부위도 있을 수 있는 건지.
그래도 착한 가격에 신선한 소고기로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휴무일 : 매달 2, 4번째 화요일
운영 시간 : 매일 오전 9시 ~ 오후 9시
전화번호 : 063-537-8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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